24조 규모 체코 원전 사업 수주 ‘잭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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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조 규모 체코 원전 사업 수주 ‘잭팟’
  • 이진태 경제부 기자
  • 승인 2024.07.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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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원전 수출국 복귀 ‘팀코리아’ 승리 비결은?
정확한 납기, 가성비 뛰어난 ‘K원전’에 프랑스 밀렸다
“승자는 한국” 윤석열 대통령과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지난 7월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자료제공:대통령실)
“승자는 한국” 윤석열 대통령과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지난 7월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자료제공:대통령실)

24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팀 코리아’가 선정됐다. 최종계약까지는 아직 8개월여 남았지만,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K원전’은 원전 본산지인 유럽 무대에 첫 깃발을 꽂는 쾌거를 이뤄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수출이면서 첫 유럽 진출이라는 의미가 있다.

한국은 원전 수출 사상 최대이자 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 안에 유럽 한복판 체코에서 신규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을 수주했다. 이 계약에는 향후 체코가 추가로 원전 2기를 짓기로 확정하는 경우 한국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기 때문에 확정 두기 계획 2기까지 총 4기의 약 4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이다. 20조 원이었던 바라카 원전의 2배 이상 규모로 평가된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각료회의 결과 1200㎿(메가와트) 이하 신규 원전 4기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필두로 한 한국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체코 정부는 다만 총 4기 중 두코바니에 2기 건설은 이번에 확정짓고, 테믈린에 짓는 2기에 대해서는 5년 안에 건설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체코 발전소 원전 2기 건설 입찰을 따냈다”며 한수원이 입찰에서 프랑스 전력공사(EDF)를 제친 것과 관련 “한국의 입찰이 모든 평가 기준에서 더 우수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원전 4기를 짓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자료제공:한국수력원자력)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자료제공:한국수력원자력)

체코는 우선 두코바니 5·6호기 건설을 확정하고, 테믈린 3·4호기에 대해선 향후 건설 여부를 확정하기로 했다. 예상 사업비는 1기당 2000억 코루나(약 12조 원)로 한수원과 발주사인 EDUⅡ는 내년 3월까지 계약을 마무리하고, 2029년 공사를 시작해 2036년부터 상업 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추가 2기까지 더하면 총 사업 규모는 40조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EDUⅡ는 체코전력공사가 신규 원전 사업을 위해 만든 자회사로 향후 원전 건설 사업을 책임진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업비는 체코 정부가 건설비, 예비비 등을 포함해 책정한 규모로 계약액은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은 기존 원전을 운영 중인 두코바니와 테믈린에 원전을 2기씩 추가 건설하는 사업이다. 체코는 두코바니에서 500㎿급 원전 4기, 테믈린에서는 1000㎿급 원전 2기를 운영 중이다. K원전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시공이나 유지 보수 사업을 수주한 적은 있지만, 원전 노형(모델)부터 건설, 시운전까지 전체를 수출하기는 UAE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한수원(주계약)은 한전기술(설계),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 시공), 대우건설(시공), 한전연료(핵연료), 한전KPS(시운전, 정비) 등과 팀 코리아를 구성해 1000메가와트(MW)급 대형원전(APR1000)의 설계, 구매, 건설, 시운전 및 핵연료 공급 등 원전건설 역무 전체를 일괄 공급하게 될 예정이다.

애초 이 사업은 약 10조 원 소규모의 원전 환기로 추진됐었다. 에너지 안보 AI와 데이터센터 확대 탄소 중립에 따른 화석연료 퇴출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체코 정부는 기존 계획을 원전 내기까지 확대했다. 당시 체코 총리는 에너지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신규 원전 환기로는 충분하지 않게 됐다며 원전은 합리적 가격으로 충분한 전력을 확보하는 열쇠라며 확대 배경을 밝혔다.

체코 신규 원전 수주전은 2022년 3월 입찰을 개시하며 본격화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개입찰 개시 전까지는 러시아가 가장 강력한 후보였다. 그간 많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제공하는 대규모 차관의 유혹 당해 러시아에게 원전 사업을 맡겨 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코는 이 사업에서 안보상의 이유로 러시아 로사톰과 중국의 CGN을 입찰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한국의 한국수력원자력 △프랑스의 프랑스전력공사 △미국의 웨스팅 하우스 3파전으로 출발시켰다.

러시아 측은 체코 전력공사 직원을 통해 정보를 불법적으로 입수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탈락됐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올 1월 웨스팅하우스(미국)가 자격 미달로 탈락했다. 이에 수주전은 팀코리아와 프랑스전력공사(EDF)간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56개 원전을 운영하는 프랑스는 유럽 내에서 원전을 운영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유럽 바깥에서만 원전을 운용하는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양자 대결에서도 유럽원자력동맹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유럽 원전사업 경험이 많은 EDF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EU와 NATO 회원국으로써의 동맹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킴으로써 체코를 압박했고, 알려진 바에 따르면 프랑스가 EU 차원의 영향력을 발휘해 체코 국민의 75%가 EDF를 지지한다는 거짓 광고를 내기도 했다.

한국도 2018년 9월 한전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으로 구성한 입찰 전담조직 ‘팀코리아’를 꾸려 체코 원전 수주를 준비해왔다. 한국은 과거 탈원전 정책에서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돌아선 바 있다. 이에 국내 일부에서는 “원전을 폐기한다면서 수출을 한다니 국내용과 수출용이 다른 원전이냐”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됐었다. 결국 바뀐 정책이 체코가 선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고, 결국 체코는 한국을 선택했다.

체코 측은 지난 50여 년간 축적된 한국 원전의 경쟁력과 신뢰성을 높이 평가하며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하였다. 세계 유수의 글로벌 사업자들만의 각축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팀 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2년 4개월에 걸친 수주전은 일단락됐다.

한국측은 건설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신속 납기 능력 등 가성비 측면에서 프랑스에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팀코리아가 원전 강국 프랑스를 따돌릴 수 있었던 비결은 ‘온타임 위딘버짓’(on time & within budget) 전략이 주효했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최적화된 원전을 적기에 공급하는 ‘맞춤형 원전 건설’ 제안이 체코 정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앞선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체코 정부 역시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요제프 시켈라 산업통상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 한수원의 ‘온타임 위딘버짓’ 전략이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납기,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K원전’에 프랑스가 밀린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금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쾌거”라며 “중동에 이어 상업용 원전을 최초로 건설한 원전 본산지인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82년 유럽형 원전을 도입했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유럽에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한 것”이라고도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3호기(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3호기(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한수원 관계자는 또 “금번 성과를 계기로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원전 생태계 복원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전 10기 계속 운전 절차 진행 등에 이어 체코 원전수출 계약이 최종 성사될 경우 양질의 수출일감이 대량으로 공급되며 국내 원전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피력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 속 위축됐던 국내 원전산업계에도 이번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수주가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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