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추진 기업 36% “상법 개정 시 상장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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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추진 기업 36% “상법 개정 시 상장 재검토”
  • 이진태 경제부 기자
  • 승인 2024.07.3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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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추진 중’(46%) vs ‘상장 계획 없음’(54%)
이사책임 가중, 의사결정 지연, 경영보수화 우려

# 대구 소재 제조업체 A사는 향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상장 여부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 중이다. 현재 수직계열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상장하고 나면 주주들이 내부거래의 적절성과 효율성 등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배임죄로 신고할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 제조업체 B사는 조만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할 경우 상장 이후의 최초 주총 개최 전까지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사외이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사외이사 선임이 더욱 어려워질 것 같아 상장을 꼭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상법 개정시 상장 추진에 미치는 영향(상장 추진 기업 中)/자료=대한상의
상법 개정시 상장 추진에 미치는 영향(상장 추진 기업 中)/자료=대한상의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를 위한 것’에서 ‘주주 이익을 위한 것’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비상장기업의 상장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오히려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비상장기업 237개사를 대상으로 상장 계획을 조사한 결과 ‘3년 내 추진’(13.1%), ‘장기적 추진’(33.3%) 등 46.4%가 상장 추진 기업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들 기업 중 36.2%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상장계획을 ‘재검토’(34.5%) 또는 ‘철회’(1.7%)하겠다고 응답했다.

비상장기업의 73.0%는 지금도 상장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는데, 이유로 주주소송 위험, 공시의무 부담 등을 꼽았다. 또 상법 개정 시 국내 비상장사들 67.9%는 지금보다 상장을 더 꺼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응답 기업들은 상장을 꺼리는 이유로 △주주대표소송 및 배임 등 이사의 책임 가중(70.8%) △주주 간 이견 발생 시 의사결정 지연(40.4%) △경영 보수화 우려(37.3%) △지배구조 등 분쟁 가능성 확대(28.0%) 등을 꼽았다. ‘이익상충시 주주이익에 기반한 의사결정 확대’(24.2%), ‘추상적 규정으로 위법성 사전판단 어려움’(16.1%) 등도 이유로 제시됐다.

특히 최근 상법과 달리 상장사에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하자는 논의도 있었으나, 이 또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자본시장법은 상법·민법 등 민사법에 기반하고 있다”며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을 개정한다 해도 자본다수결 원칙과 법인 제도 등 우리 민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 소지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이 이런 문제로 상장을 꺼린다면 밸류업의 취지에 역행해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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