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극단의 대치’ 소비자의 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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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료계 ‘극단의 대치’ 소비자의 시선은?
  • 김준기 정치·사회부 기자
  • 승인 2024.07.05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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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부족,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의료개혁은 언제

국민 10명 중 3명 의료 공백 사태 이후 불편 경험
응답자 88.4% 의료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까 불안

정부의 의사 인력 확대 방안 발표 이후 의료 개혁은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고 전공의 이탈을 비롯한 의료 사태로 정부와 의료계는 극단의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대학병원 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집단 휴진 방침을 철회하고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긴 했지만 일각의 다른 대학 병원 교수들이 휴진(파업)에 동참하며 의료 공백 사태는 여전히 수습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다가왔고, 특히 중증질환이나 희귀질환 환자들은 치료시기를 놓쳐 회복이 더 어려워지고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언제 정상적인 치료를 받을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더욱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YWCA연합회는 지난 6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의료 공백 사태가 발생한 이후 본인이나 가족 중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27.4%로 10명 중 약 3명은 이번 의료 공백 사태로 의료 이용에 불편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편 내용을 보면 ‘예약 연기’(39.7%)와 ‘예약하기 어렵다’(34.9%) 등 예약 문제가 74.6%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진료 대기 시간이 길다’(13.1%), ‘예약 취소’(7.5%), ‘수술일정 취소’(3.0%), ‘담당 의사가 없어 다른 지역 의료기관으로 안내받았다’(1.8%) 순으로 나타났다.

진료 받는 과정에 대해서는 ‘예전과 비교해 매우 나빠졌다’(19.9%), ‘나빠진 편이다’(43.3%), ‘예전과 동일하다’(21.3%), ‘잘 모르겠다’(15.5%)로 나타났다. 응답자 63.2%가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의료기관 이용 및 진료를 받는 데 나빠졌다고 응답한 것이다.

또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의료서비스 질에 대해서는 ‘예전에 비해 매우 나빠졌다’(15.3%), ‘나빠진 편이다’(43.4%), ‘예전과 동일하다’(24.2%), ‘잘 모르겠다’(17.1%)로 나타나 약 60%가 전반적인 의료서비스 질이 낮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면에서 나빠졌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진료 예약이 취소(연기)돼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36.2%)가 가장 많았고, ‘진료(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기다기는 시간이 길어졌다’(33.9%), ‘암 등 수술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17.1%),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6.6%), ‘담당의사가 교체되었다’(2.4%), ‘진료나 치료에 불만족’(2.1%)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기타 응답 중에는 건강검진에서 암이라고 큰 병원에 가서 조직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상급의료기관에서 검사 예약이 안 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됨에 따라 의료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는 소비자가 88.4%를 차지했고,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의료서비스 이용 시기를 가능한 미루고 있다는 응답도 73.0%나 됐다. 큰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워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있다는 응답도 53.8%로 나타났다.

가족·친지 중 환자가 있어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경우는 응답자의 35.8%였으며, 이 중 여성이 58.2%에 달했다. 돌봄 대상으로는 부모가 63.1%로 가장 많았고, 아내나 남편(19%), 자녀(10.9%) 등으로 나타났다. 환자 보호자로서 돌봄 기간은 1년~3년이 26.3%로 가장 많았고, 10년 이상 돌봄을 하고 있는 경우도 17.6%로 나타났다.

이들 중 65.2%는 의료 이용 및 의료기관 선정, 치료와 관련한 의사 결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의사나 간호사 등의 의료인이 없다고 응답했는데,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병원 예약이 변경되거나 연기돼 치료에 차질이 생길 경우 도움을 청할 전문가가 없어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 정상화뿐만 아니라 환자 돌봄과 관련한 전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응답자들은 가장 우선 개선되어야 할 의료 개혁 과제로 △필수 의료 부족 해소 △지역 간 의료자원 불균형 해소 △의료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꼽았다. ‘필수의료 부족 해소’(20.9%)가 가장 많았고, 이어 ‘지역간 의료자원(의료인, 의료시설)의 불균형 해소’(18.6%), ‘의료인력 부족(의대정원 확대)’(18.2%), ‘비수도권 지역 의료질 격차 해소’(10.7%)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소비자모임과 연합회는 “의료공백 사태로 가장 큰 고통과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와 국민인데도 정작 의료소비자의 목소리와 의견은 주목받지 못해 설문조사를 했다”며 “의료 사태의 조속한 수습과 정상화를 정부와 의료계에 요구하고, 국민을 위한 의료 개혁을 계속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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